Remember that I was in there...In Concert


  yocello(2004-12-13 13:22:40, Hit : 2590, Vote :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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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SPACE 공감 '금빛 열정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



2004년 12월 8일(수), 트럼페터 이주한씨의 EBS space 공감 녹화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씨.

서태지와 아이들이후 대중가요는 댄스음악과 발라드로 이분화되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랩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춤추며 노래를 할 것이냐, 아니면 대중들의 감수성을 적당히 자극하는 슬프고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를것이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는 가수들을 TV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한동안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이 과도한 양극화 과정에선 댄스음악과 발라드 모두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트렌드가 있었으니.... 발라드만을 놓고 보자면, 우선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두도막형식(A-A-B-A ;  같은 멜로디와 반주에 1절(A), 2절(A)을 부르고 클라이막스로 전개해나가기 위해 두세마디 짧은 멜로디변주(B)로 진행, 그리고 클라이막스(A))을 취합니다. 그리고 1절에서는 드럼과 같은 강한 비트는 가급적 피해주고 피아노와 같이 멜로디와 코드전개로만 진행하다가, 2절부터는 1절에서 제외된 리듬파트가 같이 들어오고, 대규모 편성의 스트링까지 합세하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죠. 여기에 1절과 2절 사이, 그리고 2절과 변주사이를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의 색소폰까지 있으면 So Close. 한때 우리나라의 대중가요에선 브라스 세션의 역할은 피쳐링의 역할보다는 단지 마디와 마디사이를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 정도로 그쳤는데… 색소폰으로 대표되는 브라스 세션. 얼마가지 않아서 그 정형스러운 스타일은 금새 식상해지기도 했죠.

이주한씨의 공연리뷰를 쓰는데 왜 90년대이후의 한국 대중가요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썰을 풀게 됐느냐…그건 이 글을 쓰는 제가 이주한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게 그저 보통의 스튜디오 세션맨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0여년전, 국내 많은 가수들의 레코딩 작업에서 브라스 세션을 살펴보면 심심찮게 이주한 이라는 이름 석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흠… 색소폰에 이정식씨 같은 존재인가보다’ 정확히 첫 느낌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방송국(YBS)에서 아무도 듣지 않을 것만 같은 그의 첫 솔로앨범 ‘Intuition’을 발견하고, 몇곡 감상했을 때… ‘음… 그냥 세션맨 정도는 아니네’ 또 그 정도였죠. 그 후 이주한씨는 2집 진생 펑크, 3집 10+1을 연이어 선보이며 솔리스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습니다. 3집을 내면서 이주한씨는 단순히 세션악기로 치부될 수 있는, 적어도 우리나라 대중가요 입장에서 본다면, 트럼펫이란 악기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그 위에 각각 다른 10명의 피쳐링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을 덧입히는 색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앨범의 동명타이틀 ‘10+1’이라는 공연 또한 성황리에 마쳤었고… 그 이후 잠시 이주한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다가, 이병우씨의 무직도르프에서 ‘Miles Song Book’ 이라는 이주한씨의 앨범을 접하면서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씬에 이름을 내밀면서 처음부터 재즈연주자이기를 바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션맨 이주한으로서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 같아서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하더군요. ‘Miles Song Book’ 앨범에는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이주한의 스타일과 매력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습니다.

EBS-SPACE의 라이브 공연 전문 프로그램인 ‘공감’의 초대권을 받아서 가게 된 공연인데, 이주한씨의 단독 공연은 처음이어서 무척 기대됐습니다. 매봉역 EBS 사옥 로비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가수 이적이 지나가더군요. ‘방송국이라서 연애인도 돌아다니는군’ 생각했는데… EBS 관계자쯤으로 보이는 어느 어르신들께 굽신 거리면서 인사를 하더라구요.

공연장은 150명 정도가 들어가는 아주 작은 규모였습니다. 덕분에 무대와 객석이 거의 붙어있어서 라이브의 생생함이 있는 그대로 느껴질 것 같았구요. 제 자리는 정중앙이었는데, 아까 로비에서 봤던 어르신들이 내자리 한 칸 옆으로 앉아계시더군요. 바로 옆자리는 비어있었고… 7시 30분쯤, 공연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저, 죄송합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하면서 제 앞을 스쳐 지나가는데, 누군가 하고 쳐다봤더니, 아까 봤던 이적이었습니다. 이적과 함께 공연을 보다니~ ^^ 말이나 한번 붙여볼까 하다가 공연을 너무 열심히 즐기길래 그냥 말았습니다. –a

관객석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좁은 무대위로 이날 연주를 같이할 멤버들이 등장했습니다. 각종 클럽이나 콘써트 공연 등으로 얼굴은 낯이 익은 몇 명의 멤버들이 있었는데… 얼마전 이병우씨의 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했던 김민석(g)씨의 얼굴도 보였고, 드럼을 연주한 오종대(d)씨와 베이스에 김창현(b)씨의 얼굴도 낯이 익었습니다. 제일 나중에 무대위로 올라온 이주한씨. 곧바로 첫 곡 Gucci’s Playground 를 연주했습니다. 첫곡이니만큼 가벼운 곡이 아닐까 싶었는데, 처음부터 멤버들간에 활발한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주고받으면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강아지 gucci의 놀이터인 집앞 마당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번째 곡으로는 Antonio Carlos Jobim의 곡인 Corcovado가 이어졌구요. 간들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보사노바 리듬과 잔잔하면서도 무게있어보이는 트럼펫 소리의 조화가 인상적. 미국에서 살던 뉴욕 92번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92nd Ave with Mom, 그리고 January 25.가 이어졌습니다. January 25를 연주하기 전에 제목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 잔잔한 발라드 곡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고 곡을 썼는데, 만들고 보니 크리스마스 캐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이었다고 합니다. December 25나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으로 하면 튀어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단순하게 한달 옮겨서 January 25로 정했다더군요. ^^ 이주한씨의 말대로 인트로 부분에서 잔잔한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느낌이 나더라구요.

1부 순서가 끝나고 게스트로 강세일 이라는 젊은 뮤지션이 나왔는데, 공연 시작전 로비에서 이적과 함께 있던 사람이더라구요. 오래전부터 여러 뮤지션들의 음악작업을 함께 해왔다는데, 내년초에 솔로앨범이 나온다고 합니다. 강세일이 등장하자 옆에 있던 이적은 엄청나게 오바하면서 응원을 해주더라구요. ㅎㅎ 에릭을 연상시키는 꽃미남 스타일의 외모와는 다르게 노래할때는 터프하면서도 호소력있는 소울 풍의 보이스가 흘러나오는데… 음악 괜찮더군요. 같이 연주한 밴드에서는 예전 유엔미 블루의 멤버였던 방준석씨도 보이고… 솔로앨범 나오면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

게스트 순서가 끝나고 이주한씨와 나머지 밴드 멤버들이 등장했습니다. 1부 순서에 안보이던 트럼본 연주자가 한 명 더 올라왔는데… 혼세션이 한명 더 포함된 연주가 어떨까 사뭇 궁금해졌지요. 2부 첫 곡은 Tea with Bach. 이곡도 다 만들어놓고 보니까, 클래식 냄새가 많이 풍기는데, 드럼의 오종대씨가 바흐의 작품의 멜로디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다고 해서, 제목이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 첫곡부터 이주한씨의 트럼펫과 함께 비중있는 연주를 들려준 트럼본. 트럼본이라는 악기는 아무래도 혼섹션 중에서는 색소폰, 트럼펫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악기이고, 언뜻 보기에 현란한 멜로디나 임프로바이제이션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트럼본을 연주한 이한진씨에게서는 그런 기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트럼펫과 함께 멜로디를 번갈아 가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앙상블이었습니다. 그 다음곡으로는 후배작업실을 빼앗다시피 해서 작업을 하는 도중에 만들었다는 블루스 곡이었는데, 이곡의 제목에도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작업실을 빌려준 후배한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곡을 만들었는데, 후배 이름 석자를 따서 ‘아무개 Blues’라고 하니까 어색해서, 후배 작업실이 건물 5층에 있기 때문에 ‘Blues on the 5th Floor’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하네요. ^^ 그 다음곡으로는 재즈 스탠다드 All the things you are, 그리고 Polka dots and Moonbeams 가 연이어졌습니다. 제가 요즘 하드밥(hard bob)을 즐겨 들어서 그런지, 위 두 곡을 연주할 때 너무너무 즐겁고 신나더라구요. ^^ 마지막곡 Cookies and Creams까지 2시간이 조금 안된 시간 동안 돈을 주고 봐도 정말 아깝지 않을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마지막 앵콜로 트럼펫 솔로로 연주한 애국가까지~^^

가끔씩 해외의 유명한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소식에 거금을 써가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고생고생하며 기필코 공연을 보러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주한씨의 공연처럼 예상치 못한 좋은 음악 선물을 받을 때도 있지요. 결국 그 크기와 규모에 상관없이 음악을 들으며 얻는 기쁨은 그 크고 덜함이 없는 것 같다는 걸 느낍니다.

2004. 12. 13
글 - 윤성완


Now Playing... There Is No Greater Love from Miles Song Book



Sam.. (2004-12-20 17:05:31)  
tv로 봤어요..
언제쯤 그렇게 연주할 수 있을까.... -_-;;
yocello (2004-12-20 20:01:57)  
'학교종이 땡땡땡' 부터 시작해라.
그리고...그게 좀 된다 싶으면...
'산토끼 토끼야'를 연습해봐.
OK?

An Evening of fourplay, 2005 'Journey' Tou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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