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that I was in there...In Concert


  yocello(2005-03-23 15:41:25, Hit : 4250, Vote :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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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 리사이틀



3월 17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베이스 전승현의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베이스 전승현씨는 순수 국내파 출신으로, 유럽 최고의 오페라 무대중 하나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주역 베이스 가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에 한국 남자 베이스로서는 처음으로 데뷔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구요.

사실 이런 프로필을 접하기 전까지는 전승현 이라는 성악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슈베르트의 가곡 이외에는 특별히 좋아하거나 즐겨듣는 성악곡이 없기도 했지만) 전승현씨의 화려한 프로필을 보고나서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주로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일색의 유명성악가의 내한공연소식과는 달리, 이번엔 베이스 가수의 공연이라는 점도 평일 늦은 시간대와 먼 거리의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 호기심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슈만의 연가곡 중 '시인의 사랑 Dichiterliebe',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마르케왕의 탄식', 피아노 반주를 맡은 토르스텐 칼데바이(Thorsten Kaldewei)의 쇼팽 스케르쪼 31번,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 중 방꼬의 아리아 '알수 없는 어둠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보이토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여기 텅 비어 있고 둥근 세상이 있소'

공연 시작전 로비에선 여느 공연과는 다른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보통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 공연하는 악기의 전공자들이 많지요.(가령 피아니스트의 공연엔 피아노 전공자, 바이얼리니스트의 공연엔 바이얼린 전공하는 사람들...) 보통 악기 케이스를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구분지을 수도 있는데, 이번 공연역시 성악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을 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로비를 가득 메운 떡대좋은 남자들의 무리와,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 얘기들에서 자연스레 묻어있는 바이브레이션을 통해서~^^

ex)                                                                
성악전공남 : (안내원에게) '이리로 올라가는게 맞습니까아아~~~'

안내원 : 네, 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성악전공남 : 감사합니다~~으아아아~~
                  (뒤돌아보며) xx야, xx야~ 이리로 가면 된대~~얼렁 가자~~

성악전공남들: 알았어~ 금방 올라간다아~~~아아아아~~

옆에서 듣고 있는데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성악전공자들이 유난히 많아 보이는 관객석에 앉아서 전승현씨의 네모난 사각형 얼굴과, 턱주변을 덥수룩하게 덮은 수염...산적 스타일의 사진을 감상하던 중, 1부가 시작됐습니다. 검은색 차이나 스타일 재킷을 입은 전승현씨와 반주자가 함께 입장했고, 무대 한가운데서 호흡을 가다듬는 그 짧은 순간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더군요. 잠시 후, 피아노 반주가 부드럽게 흘러나오고, 묵직한 무게의 목소리가 등장했습니다. 처음 몇곡에서는 부드러움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이어나가는 느낌이었는데, 16개나 되는 연가곡의 3번곡부터 속도감있는 반주에 그 무거워 보이던 목소리는 점차 여유있게 자신의 영역을 찾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1부 프로그램이었던 슈만의 연가곡에서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는 듯 했는데, 베이스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굵직한 목소리로 인해 약간은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 같더군요. 마치 아직 면으로 갈라지지 않은 퍽퍽한 밀가루 반죽덩어리를 만지는 것처럼. -.-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중 '마르케왕의 탄식'으로 시작한 2부 프로그램에선 1부에서 느껴졌던 불명확한 인상이 서서히 걷혀가는 것 같았습니다. 피아노 반주로 편곡한 오페라의 아리아였지만, 수직적인 높이차이가 느껴지는 다이나믹한 곡의 전개가 듣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들더군요.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테너의 목소리가 청량함을 선사한다면, 그보다 낮은 음역대에서 널찍한 스펙트럼을 무대에서부터 관객석 끝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베이스의 목소리는 온기가 묻어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 후엔, 반주자의 기민함과 민첩함이 느껴지는 쇼팽 스케르쪼 31번이 연주됐습니다. 다시 무대위로 올라온 전승현씨.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중 방꼬의 아리아 '알수 없는 어둠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보이토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여기 텅 비어있고 둥근 세상이 있소'가 이어지는 동안, 먹먹한 베이스 목소리의 느낌은 완전히 해소되는 것 같더군요. 한 사람의 목소리 한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 금새 사라지는 것 같지만, 어느새 다시 그 안에 들어가있는 착각의 연속? 이런 오묘한 기분... ^^

3번의 커튼콜 후에 3곡의 앵콜이 이어졌습니다. 2개의 한국 가곡, 영어 가사가 붙은 노래 한곡. 산적같은 외모와 체구의 베이스 가수도 연이은 공연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약간은 지쳐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가끔씩 필 받아서 노래방 가서 노래 한두곡 제대로 부르고 나면 진이 다 빠지는데... 2시간이 가깝게 굵직하고 묵직한 에너지를 옴니다이렉션(omni-direction ^^)으로 내뿜는 성악가수들은 오죽할까요~ ^^ 아~ 멋졌습니다. 최고의 무대에 입성해 당당하게 울려퍼진다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구요. 전승현씨의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2005. 3. 23
글 - 윤성완


Now Playing... 보이토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중 '여기 텅 비어 있고 둥근 세상이 있소'
                     Boito 'Ecco il mondo vouto e tondo!' from [Mefistofele]


공연실황자료(CLICK~!!)
from LG 아트센터(http://lg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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