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that I was in there...In Concert


  yocello(2005-10-26 11:32:08, Hit : 2684, Vote :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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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azz Brothers/Cuba Percussion



2005년 10월 25일(화)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Klazz Brothers/Cuba Percussion)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가을쯤, 영화 'Heat'로 유명한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콜래트럴(Collateral)을 봤습니다. LA의 평범한 택시운전사(제이미 폭스)가 킬러(톰 크루즈)를 승객으로 태우고 택시를 전세내자는 제안에 동의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 사이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의 초반부쯤, LA외곽에서 여주인공(그리 비중이 높지 않은)이 제이미 폭스가 운전하는 택시에 탄 뒤 LA도심으로 가달라고 요구합니다. 택시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동안, 어느새 LA도심에 도착하고...드넓은 LA 도심속의 야경을 항공에서 촬영한 화면이 고요하게 펼쳐지는데, 이때 화면과 함께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옵니다. 첼로나 바이얼린의 스트링이 아닌, 피아노 멜로디, 그리고 약하지만 선명한 텐션을 주는 베이스, 그리고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을 간간히 채워주는 퍼커션... 영화를 보고 난 후 호기심에 OST 앨범의 수록곡을 찾아보니 'Air' - Klazz Brothers/Cuba Percussion 이란 곡명과 연주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 예전부터 간간히 이름을 들어왔었지만, 그들의 음악을 자세히 들어볼 기회는 없던 터에 영화를 통해서나마 비로소 '아~이런 느낌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구나...'싶더군요.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은 독일 출신의 클래식 연주자 3명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 클라츠 브라더스에 쿠바 출신의 퍼커션 연주자 2명이 가세한 크로스 오버 뮤지션입니다. 2~3년전부터 국제적으로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는데, 대표저인 음반으로는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을 편곡한 Classic Meets Cuba, 재즈의 스탠더드를 편곡한 Jazz Meets Cuba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작으로는 클래식 작품들을 편곡해서 녹음한 Classic Meets Cuba/Symphonic Salsa가 있습니다.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이란 이름으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이나 재즈등의 고전들을 쿠바 리듬이 가미된 형태로 흥겹게 편곡된 스타일입니다. 한두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귀에 익은 모차르트, 베토벤의 클래식 멜로디에 열정적이고 현란한 쿠바 리듬의 퍼커션이 아우러지는 음악. 아무래도 크로스 오버 스타일의 음악들이 듣기에 무리없는 터라, 공연전까지 그들의 앨범을 들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정도 제 머리속으로 예상하는 범주를 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얀색 연미복으로 빼입은 5명의 멤버들이 한명씩 따로 따로 등장해서 각자의 맡은 파트를 연주하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는데요. 퍼커션 주자 2명이서 만들어내는 화려한 리듬은 공연 초반부터 시종일관 이어졌습니다. 익숙한 멜로디와 그에 얹혀진 복잡한 리듬들. 흥겨움 넘치는 음악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공연은 대략 무난했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평으로는 별3개 정도? 제 자신에게 다가오는 크로스 오버 음악의 신선함의 수명이, 이제는 유통기한을 넘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소 식상해지려고까지 하니... 스스로 장벽을 높여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생기면서 다소 씁쓸해지기까지 했답니다. 공연을 보면서 서글퍼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신선하고 괜찮은 느낌을 받았던 점을 꼽으라면....
만약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의 음악이 클래식과 재즈의 고전들을 색다른 편곡으로 연주하는 측면에서 그들 스스로의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져 보일 수 있다는 원론적인 질문을 받는다면?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의 구성은 피아노, 베이스, 드럼, 퍼커션1, 퍼커션2 입니다. 일반적인 피아노 재즈 트리오의 구성에서는 피아노의 멜로디와 리듬파트의 베이스와 드럼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연주를 하게 되지요. 이런 일반적인 재즈 트리오에 리듬파트를 2명 더 가세한 조합이란? 아무래도 멜로디가 상대적으로 빈약해질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할 겁니다.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은 베이스 연주자의 솔로 및 멜로디 연주, 피아노와의 인터플레이에 비중을 두면서 이런 비정상적일 수도 있는 리듬파트의 편향세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없는 타악기의 리듬속에 파묻혀 놓쳐버릴 수 있는 팀 컬러를 공연 내내 주시하는 즐거움으로 2시간 20여분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가 없었다면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Eine Kleine Nacht Musik,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피아노 소나타 '비창',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하이든의 '황제4중주중' 3악장(현재 독일의 국가로 사용됨), 죠지 거쉰의 'Summer time', 마일즈 데이비스의 'So What' 등의 공연 프로그램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을 것 같네요. (정작 듣고 싶던 G선상의 아리아는 연주 안했음 -.-)

p.s. 1. 2부 두번째곡으로 연주한 Miles Davis의 'So What'. 이 곡이 수록된 마일즈 데이비스의 앨범 "Kind of Blue"는 재즈역사에서 엄청난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마일즈 데이비스(t)의 리더작으로 빌 에반스(p), 존 콜트레인(ts), 캐넌볼 애덜리(as), 폴 챔버스(b), 지미 콥(d) 등 당시 떠오르던 당찬 신예들의 막강 라인업으로 구성된 세션도 그렇지만, 이 앨범을 시작으로 모달(Modal) 재즈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즈사에 있어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다. 기존 재즈의 어법에서 완벽히 탈피, 다소 낯설게도 보이는 모달 재즈는 이후 재즈 연주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빌 에반스의 피아노와 마일즈 데이비스의 뮤트 트럼펫으로 시작되는 'So What'의 나긋한 인트로는 청자의 귀를 쫑긋하게 세우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클라츠 브라더스/쿠바 퍼커션의 무지막지하던 리듬으로 그 인트로가 아주 뭉개져버린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So What?!!"

p.s. 2. 1부 중간 순서에서 '고향의 봄', 'Smile'(곡 제목은 그렇게 추정됨)을 부른 '정소영'이란 가수의 등장. 공연기획의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공연의 맥을 끊어놓은 느낌. 뜬금없다? 2부 마지막 앵콜'아리랑'까지... 또 다른 한편으론 크로스오버 뮤직의 다국적성, 국적불분명성, 경계의 모호성을 의도대로 여지없이 보여준 결과로 인식해야하나?

2005. 10. 26
글 -  윤성완


Now Playing... 'Air' - Klazz Brothers/Cuba Percussion



yocello (2005-12-26 15:18:44)  
최근에 콜래트럴을 다시 봤는데, 이 음악이 흘러나온 장면은 제이미 폭스가 톰 크루즈를 태우고 첫번째 살해현장으로 가는 길에 흘러나온 음악이었더군요.
아~ 기억의 미스매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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